최근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 중,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기'도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우리는 '집중'을 하고 싶어 하고, 보통 집중은 조용하고 차분한 혼자만의 공간에서 해야 잘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나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잘 될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공부는 우리 모두가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더 효율적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많은 노력을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중이 잘 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공부 환경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요? 각자 자신의 공부 환경에 대해 떠올려 보면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독서실 공부가 더 집중 안 되는 사람
독서실은 철저히 공부를 집중해서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장소입니다. 입시에 열광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이 독서실이라는 시설이 제법 많고, 상당히 발전했다고 봅니다. 심지어 오랫동안 공부에 열중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24시간 운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나 고시생들은 독서실을 방문하여 밤을 새워가며 자신의 공부를 이어가곤 합니다.
그런데, 독서실이 모든 사람에게 공부하기 좋은 환경인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게 오히려 더 집중도 안 되고 자꾸만 졸리다고 말합니다. 독서실은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에 내가 앉은 책상에만 조명이 집중되어 있고, 높은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어 시야도 확실하게 차단이 되는 환경입니다. 그야말로 눈 앞의 교재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세팅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그런 환경보다 차라리 카페나 공원, 실내 쉼터 등 사람이 많고 때때로 소란스러운 오픈된 환경이 공부하기에 더 좋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독서실에서 더 공부가 안 된다고 해서 딱히 이상하거나 비정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각성'이 필요한 우리의 뇌
지금 현재까지도 에베레스트 산은 등산가나 전문 산악인들에게 꼭 정복하고 싶은 산입니다. 에베레스트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산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곤 합니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목숨을 거는 일입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살을 에는 추위'나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닌 사실 그대로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런 모습은 대단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산을 오르지 않는다면 편안한 곳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을텐데, 그 대신 스스로 힘든 고난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긴장되는 상황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마냥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과 같은 놀이기구들은 타는 내내 긴장하고 두려움도 느끼는 위험한 상황에 우리를 밀어넣지만, 언제나 제일 긴 대기 줄을 자랑합니다. 이유를 물으면 보통 '스릴'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심리학자 Donald Hebb는, 세뇌라고 부르는 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모든 감각 자극을 차단하는 '감각 박탈 실험'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좁은 실험실에서 간이침대에 누워 생활하도록 하는 실험이었는데, 잠도 자고 식사도 할 수 있고 화장실도 갈 수 있는 등 활동은 모두 가능한 상태에서 시각, 청각, 촉각만 일절 없도록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 대부분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지만 불과 둘째 날부터 아무 자극이 없다는 사실을 매우 불편해했고, 셋째 날에는 대부분이 실험을 포기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일시적인 환각, 정서 불안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그 상황이 계속되면 미쳐버릴 것이라 느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극과 '각성'이 필요합니다. 한창 일을 할 때에는 그렇게 피곤하고 하기 싫지만, 막상 일을 그만두거나 은퇴하고 한참 할 일 없이 지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한마디로, '심심해 죽겠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자신이 원하는 적절한 각성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최적 각성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쨌든 우리의 뇌는 '각성'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말 많은 ADHD, 도파민, 각성
최근 들어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가리지 않고 ADHD라고 밝히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명백한 질환의 하나인 ADHD를 함부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경각심이 떠오르자 이번에는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ADHD와 도파민, 그리고 각성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ADHD 아동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가만히 있지 못하며 산만합니다. 그런데, 의사가 이 아이들에게 약물 치료의 일환으로 진정제를 투여하자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더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반대로 각성제를 처방하니 아이들은 조용하고 차분해졌다고 합니다.사람들은 ADHD에 대해서 '산만하다', '집중력이 부족하다',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정도의 인식만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연구 끝에 밝혀진 ADHD의 실체는 "전두엽 부위 신경 발달의 미숙으로 도파민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여 뇌의 각성이 어려워 실행 능력에 부재를 겪는 것"이었습니다. ADHD 아동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하고 정신 없이 움직이지만, 성인ADHD는 반대로 무기력하고 일상 속 행동 하나하나를 결정해 실행하지 못해 하루종일 누워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제가 성인ADHD 환자입니다.) ADHD는 도파민 분비가 잘 되지 않아서 뇌가 필요로 하는 각성 수준이 남들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최적 각성 수준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지고 과잉행동을 하여 그것을 채우게 됩니다. 이것이 ADHD의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증상의 실체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될 수록 사회생활을 하며 해야 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배우고, 남들보다 조금 힘들더라도 자연스럽게 절제력이 생기기 때문에 과잉행동 양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성인ADHD는 부족한 각성 레벨에 머무르며 행동하고 실행하는 것을 쉽게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최적의 각성은 수행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각성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실제로 ADHD 치료제는 주로 도파민 재흡수 억제 기전을 가진 향정신성 약물 (각성제) 입니다.겉으로 보기에는 항상 너무 심하게 각성 상태인 것처럼 보이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가, 사실은 뇌의 자연스러운 각성이 부족해서 시작 버튼을 제대로 못 누르는 것이었다니 흥미로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