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건지 B라는 건지 인지 부조화 올 듯"
인터넷, 특히 SNS나 커뮤니티 상에서 보이는 표현들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에서 '인지 부조화'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 막연하게 '이랬다 저랬다 해서 헷갈린다' 정도의 의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말의 진짜 뜻을 해석해 보아야 합니다.
인지 부조화라는 말은 사회심리학의 '인지 부조화 이론'에서 나온 말입니다. 인지 부조화 이론의 전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태도와 행동의 일관성을 추구하며, 일관성이 깨지면 불편함을 느껴서 다시 일관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
이 심리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기] [싫어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가장 미워하는 친구와 즐겁게 수다 떨기]
상상해 보면 어떤가요? 아마 굉장히 싫고 손이 오그라드는 기분일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태도와 행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부조화를 이루거나 일관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낍니다. 우리의 뇌는 이러한 불편함을 감지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태도 또는 행동 중 하나를 바꿉니다. 이것이 '인지 부조화 이론'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사람들은 보통 태도를 바꿉니다. 행동은 엎질러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태도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꾸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종의 합리화로 볼 수 있습니다. 합리화라고 하면 안 좋은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방어 기제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누구나 경험하는 사회적 거짓말
사회적 거짓말은 사회 구성원에게 공개적으로 하는 거짓말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정치인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실천 가능성이 불투명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거나 나의 사회적인 평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하여 하는 거짓말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심리학자 Leon Festinger와 James Carlsmith는, 1956년에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지 부조화 이론을 입증하였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매우 따분하고 지루한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에 대기실에 있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실험이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웠다는 이야기를 하도록 요청한 실험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거짓말을 하도록 부탁한 것입니다. 그 거짓말에 대한 보수로 어떤 사람에게는 1달러, 어떤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주었습니다. 그 후, 과제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실험이 얼마나 유익했는지, 실험이 학문적으로 중요했는지, 다시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등 실험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많은 보수를 받은 그룹이 더 긍정적인 답변을 했을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학생들은 재미 없고 짜증나는 실험에 참가한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짜증난다는 태도와 이에 참가한다는 행동은 서로 방향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부조화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보수를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그 보수를 이유로 삼을 수 있었기에 불편함이 덜 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없었습니다. 반면 적은 보수를 받은 학생들은 합리화할 다른 소재가 없어 불편한 마음을 해소할 수 없었고, 결국 태도를 바꾸어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합리화를 해야 했던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거짓말이나 사회성을 갖추는 일에서 나타나는 모순을 통해 인지 부조화 이론을 증명한 실험입니다.
인간은 정직하게 모순적이다
정직과 모순은 상반되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순적이라는 특징을 인정하는 것이 정직함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 본 실험과 같은 모순적인 현상은 우리에게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군대에 다녀 온 사람들은 대체로 애국자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군대에서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일수록 더 애국심을 자랑하곤 합니다. 월급이 적고 불만이 가득 생기는 회사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다니면 자신의 일과 직장에 자부심이 생기곤 합니다.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모임의 구성원들은 그만큼 더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며 활동도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혼이 쉽지 않았던 시대에는 결혼한 배우자가 싫어도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배우자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나 자신의 부모나 가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보통 불평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 다시 태어나면 다른 부모와 가족을 선택할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묻는다면, "그래도 우리 나라, 우리 부모, 우리 가족이 좋다"고 대답하곤 합니다. 그렇게 강력하게 싫은 감정을 늘어놓았으면서 막상 진지하게 질문하면 그래도 다른 것보다는 좋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동이나 지금 처한 상황, 처지에 맞게 태도를 바꿉니다. 본래의 감정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마치 그것이 원래부터 자신의 감정과 태도였던 것처럼 스스로를 덮어 씌웁니다. 그래서, 관점에 따라 인간은 모순적이며 줏대 없고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무마하며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우리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상황에 적응하는 최선의 선택으로써 발달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모순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특징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직함이며, 이러한 자연스러운 심리를 이해하여 서로서로 상처 받지 않고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삶에 대한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